[독서] 녹나무의 파수꾼

11 분 소요

인상적인 내용의 문장과 내 생각 적기

챕터 1.

절그렁절그렁, 낡은 방울에 걸맞은 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머릿속 사고가 멍하니 흐려지는 가운데, 이게 정말 현실인가, 하는 소박한 의문이 떠올랐다.

어떤 방식으로 레이토의 과거를 풀어낼지 궁금하다.

챕터 2.

이제 끝났구나, 이대로 교도소 행이구나, 하지만 어차피 살 곳도 없고 마침 잘된 건가, 라고 체념하려던 참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드디어 이야기가 시작되나 보다!

“동전 있어요?” 레이토가 물었다

갑자기 동전은 왜 찾는거지? 복선인가?

“아, 동전 던지기?”
“망설여질 때는 항상 그렇게 하거든요.”

주인공다운 발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잘 기억해줘. 동전은 제조년도가 표시된 쪽이 뒷면이야.”

몰랐던 사실이다. 100원짜리 동전에서, 숫자 ‘100’ 밑에 제조년도가 써져있는데, 제조년도가 써져있는 면이 뒷면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되었다.

“소이치 씨는 나의 아버님이시기도 합니다.”
그녀의 말에 레이터는 엇 하는 소리를 올렸다.
“아버님이라니······.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에요?”
“비유도 농담도 아니에요. 말 그대로의 의미지요. 소이치씨는 내 어머님과 결혼해 함께 살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게 나에요. 당시 소이치 씨는 야나기사와 성을 썼습니다. 데릴사위였으니까요. 병으로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한참 동안은 그대로 혼자 사셨는데 이윽고 제자와 사랑에 빠져 재혼하기로 했어요. 소이치 씨가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다는 얘기는 들었나요?”

헷갈려서 트리구조로 그려보았다

“전망이라······.” 레이토는 치후네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목뒤를 긁었다. “딱히 없는데요. 어떤 식으로든 상관없으니까 아무튼 살아갈 수만 있다면 된다는 느낌이랄까.”

이런 주인공의 성격이라던가 태도가 후에 바뀔 것임을 짐작했다.

“그쪽이 해야 할 일······. 그건 녹나무 파수꾼입니다.”

아마 녹나무 파수꾼을 하면서 주인공이 바뀌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챕터 4.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돼?” 유미가 검지를 바짝 세우면서 말했다.
“뭔데?”
“아까부터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왜 기념이라고 하지? 소원을 비는 거라면 보통은 기원이라고 하잖아.”

기념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분명 나중에 나올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챕터 6.

“어떻게든 상관없잖아요. 젓가락은? 나는 전혀 불편하지 않은데요.”
“겉보기가 중요한 거에요. 언제 어디서 사람들 앞에서 젓가락을 써야 할지 모르지요. 됐으니까 얼른 고치도록 하세요.” 자아 자아, 라고 젓가락을 든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레이토는 한숨을 내쉬며 젓가락을 바로 쥐었다. 올바른 젓가락을 모르는 건 아니다.
“거봐, 하면 잘하잖아요.”
“그래도 좀 불편해요.”
“익숙해지면 아무렇지도 않아요. 앞으로 젓가락을 이상하게 잡으면 두 번 다시 장어 덮밥은 못 먹을 줄 알아요.”
“네에, 네에.”
“‘네’는 한번만.”
“······네.”

어머니와는 식사를 거의 할 수 없는 환경이었고, 할머니는 봐주면서 키워서, 치후네가 교육시키는 장면이 조금 뭉클했다. 혼내는 것 같지만 레이토를 걱정하는 면이 보였다.

“녹나무 파수를 하다보면 생각지 못한 지출도 생길 거에요. 그쪽의 식비며 생활비도 필요하겠지요. 그런 것에 쓰도록 하세요.”

무슨 지출이 생길까? 안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암시인가?

“밤에 하는 기념, 일정한 기간에 예약이 몰리는 것 같더라고요. 대략 2주일 간격으로 바짝 몰려들고 그사이에는 거의 예약이 없었어요. 여기의 과거 기록들도 똑같이 그런 식이네요?”
“그렇죠. 왜 그런지 알겠어요?”
“혹시, 라고 짐작한 건 있어요.”
“들어볼까요?”
“혹시 달과 관계된 거 아닌가요? 어젯밤에 기념하러 온 사지 씨가 달을 올려다보면서 좋은 예감이 든다고 얘기했어요. 어젯밤은 보름달이었죠. 그래서 기록을 들쳐봤더니 다달이 보름날 전후로 예약이 몰렸던데요. 사지 씨가 오시는 날도 보름날 밤이나 그 전후에요.”
“드디어 알아냈나요?” 치후네가 시험해보는 듯한 눈빛으로 레이토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보름날은 한 달에 한번 뿐입니다. 그런데 예약이 2주일 간격으로 몰린다고 방금 그쪽이 말했지요? 어딘과 안맞는 얘기군요.”
“네, 맞아요. 그래서 또 한 번 예약이 몰리는 기간에는 어떤 달이 뜨는지 알아봤죠. 그랬더니 달이 없는 날, 즉 그믐날 밤이었어요. 어때요, 딱 맞혔죠?”

주인공 레이토가 점점 녹나무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마치 탐정 소년, 코난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챕터 12.

맨 처음까지 거슬러 올라가 얘기를 시작했으니 당연한가.

치후네와 레이토의 얘기를 바로 독자들에게 전해주지 않고, 얘기가 끝난 이후로 설정하여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작문력이 놀랍다.

치후네에 의하면 야나기사와 가는 이 일대의 대지주로 원래는 임업회사를 경영했다고 한다.

대화가 아닌, 들었던 내용을 전달하는 글쓰기 형식이다.

챕터 13.

“이 친구는 알고 있어요? 녹나무 파수꾼의 진짜 의미를?”
가쓰시게가 치후네에게 물었다.
“아니, 얘기하지 않았어. 너도 알다시피 말로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앞으로 자기 힘으로 이해하도록 한다는 건가. 하지만 괜찮겠어요? 한 핏줄이라고는 해도 치후네 씨도 바로 최근까지 만난 적이 없는 아이라면서.”
“그래서 이렇게 함께 다니고 있는 거야.”
“그걸로 충분하다는 얘기에요? 녹나무 파수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닐 텐데.”

레이토도 그렇고 독자인 나도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고구마를 계속 먹는 기분이다.

“물론 아이디어맨이고 협상에도 능합니다. 저렇게 말솜씨가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만한 성공은 이룰 수 없었어요. 내 생각에는.”
뭔가 의미심장한 말에 위화감을 느끼고 레이토는 치후네의 옆얼굴을 돌아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별로.” 그녀는 단상으로 시선을 향한 채 짧게 고개를 저었다. “잊어버려요. 나 혼자 해본 소리니까.”

녹나무와 관련이 있는건가??

챕터 14.

경로 우대석에 앉은 치후네의 모습을 레이토는 다른 승객들 틈새로 바라보았다. 오는 전차를 탔을 때와 비교해서 몸이 조금 더 작아진 것처럼 보였다.

레이토는 치후네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건가?

챕터 15.

“그거 알아? 악기 배우는 거, 중학교 2학년 때가 장벽이래. 중학교 2학년 이후에도 중단하지 않으면 그대로 계속 하는 일이 많대. 하지만 대부분 그 장벽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거지.”

기타를 쳤던 나의 중학교 2학년이 떠오른다.

“딱 한 번, 이런 일이 있었어요. 면회를 끝내고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였어요. 제가 화이트보드에 역시 가족이란 참 좋군요, 라고 써드렸어요. 그랬더니 기쿠오 씨가 잠시 생각해본 뒤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실은 어머니 외에도 가족이 있는데 여태껏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조용히 웃으며 먼 곳을 바라보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못 들은 척하고 그 자리르 떴습니다. 어쩐지 더 이상 캐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미의 큰아버지인 사지 기쿠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건가??

챕터 21.

혼자 지내다 보니 집에 오지 않았던 형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대학 생활이 날마다 재미있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아쉬워서 집에 갈 마음이 나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자꾸 근황을 캐물으면 짜증이 난다, 라는 것도 실감했다.

대학교 1학년을 돌이켜보면,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부모님과 같이 지내면서 그런 마음은 전혀 없다.

당신 탓이야, 라고 히로유키는 다카코를 나무랐다.
“당신 애를 떠받들고 추어주니까 결국에는 그런 건달이 되어버렸지. 그 애에게 대체 얼마나 돈을 쏟아부은 줄 알아? 음악 다음에는 배우라고? 어처구니가 없네. 다음에 만나면 두 번 다시 우리 집 문턱을 넘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해!”

부모가 된다면 어떤 훈육방식을 가지고 자식을 지도해야 할지 미리 고민해야겠다.

만일, 이라고 히로유키가 말을 이었다.
“기쿠오와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이걸 전해줘.” 그렇게 말하고 봉투를 내밀었다.
받아보니 상당히 두툼했다. 돈이구나, 라고 도시아키는 짐작했다. 히로유키는 도시아키의 얼굴을 마주 보려 하지 않았다. 뭔가 물어볼까봐 얼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도 참 물렁하시네요, 라고 미운 소리 한마디쯤은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시아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봉투를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만국공통인 것 같다.

다카고가 발을 멈춘 곳은 중앙 광장의 한 귀퉁이였다. 사람들이 둘러설 정도는 아니지만 거기쯤에서 사람들의 걸음이 조금 느려지는 것 같았다. 뭔가 하는 모양이다.
도시아키는 천천히 다가갔다. 이윽고 사람들이 무엇을 쳐다보는지 알 수 있었다.

사각 받침대가 바닥에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조각상 하나가 서있었다. 실크해트를 쓰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었다. 옷이며 안경, 피부, 모발 등 온몸이 검은 금속 재질이고 게다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서 영락없이 진짜 동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물론 진짜가 아니었다. 살아 있는 인간이 그런 척 하고 있는 것이다. 길거리 공연의 일종이다. 다카코가 빤히 응시하는 것을 지켜보던 도시아키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각상의 정체는 기쿠오라고 확신했다.

이윽고 다카코가 천천히 조각상에 다가갔다. 앞에 놓인 상자에 꼭꼭 접은 지페를 넣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봤는지 잠시 발을 멈췄다.
갑작스럽게 조각상이 움직였다. 실크해트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돌리면서 두 발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그야말로 기계장치 인형 그 자체여서 인간다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멋진 동작이었다. 나름대로 연륜이 담긴 것이니라. 대단하다고 도시아키는 소박하게 감탄했다.

놀라웠다. 기쿠오의 변해버린 모습에도 허를 찔렸지만, 그보다 다카코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기쿠오가 음악으로 성공하는 것만이 어머니의 꿈일 거라고 도시아키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인가. 어떤 형태로든 아들이 뭔가를 하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로서의 기쁨에 젖을 수 있는 것인가.

읽다가 감동이 밀려왔다.

도시아키는 걸음을 내밀어 기쿠오 앞에 멈춰 선 뒤, 팔짱을 꼈다.
“형이 하고 싶었던 게 이거야?” 도시아키는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노력해온 음악을 버리면서까지 이런 걸 하고 싶었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야?”
하지만 기쿠오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것이 거꾸로 그의 의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 좋아.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어머니도 응원해주시는 모양이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발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품속에 든 봉투가 생각 났다. 히로유키는 “기쿠오와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이라고 말했다. 이건 도저히 얘기를 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일단 말을 건넸고 대답을 듣지 못한 것도 일종의 성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도시아키는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아버지가 주신거야.” 그렇게 말하고 조금 전 다카고가 돈을 넣었던 상자 위에 봉투를 얹었다.

그 즉시 기쿠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계장치 인형 그 자체의 동작으로 지팡이를 흔들고 스텝을 밟으면서 빙글 한 바퀴를 돌았다. 돈을 받은 이상, 상대가 누구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것이 기쿠오 나름의 자부심인가, 라고 도시아키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일련의 동작에 연결해서 기쿠오는 상자 위에 놓인 봉투를 집어들더니 도시아키 쪽으로 내민 것이다.
가져가라라는 듯이.

생생하다. 이 장면이 마치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장례식 날 밤, 도시아키는 다카코와 둘만 남았다.
어머니가 맨 먼저 입에 올린 것은 “모두 다 내 잘못이야”라는 반성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기쿠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희망으로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음대에 입학한 기코오였지만 그곳에서 큰 좌절감을 맛보게 되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의 엄청난 재능이며 실력을 목도하고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천재라느니 신동이라느니 다들 떠받들었지만 어짜피 좁은 지역에서의 일이었고, 자기 정도의 존재는 광대한 음악 세계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신호가 끊긴 것이다…

주인공 역할을 하는 사람만 있는게 아니다. 오히려 평생 조연밖에 못할 것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 자기 자리가 있었다. 그것이 연극의 세계였다.
그런데 기쿠오는 거기에서도 또 다시 벽에 부딪혔다. 조연에도 우열이 있어서 자신의 부족한 재능을 통감했던 것이다.
뭔가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몸부림을 쳤다.
다양한 것에 도전했다. 조각상 퍼포먼스도 그중 하나였다.

그녀가 가슴 아팠던 것은 자신이 아들의 인생을 일그러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념이었다. 피아노나 음악은 단순한 취미로 하라고 했더라면 좀 더 즐겁고 풍성한 청춘을 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라도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자, 그게 어떤 것이든 남에게 해 끼치는 일만 아니라면 끝까지 응원해주자, 라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챕터 22.

“형님께서 녹나무에 맡기신 것은 본인 자신의 염원, 즉 마음입니다.” 조용한 어조로 그녀는 말했다.

본격적으로 녹나무의 비밀이 발곃진다.

노인의 말이 생각났다. ‘염원’이라고 했던 게 바로 이것인가.

“언어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 모두를 언어만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녹나무에게 맡기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슴드리자면, 그믐날 밤에 녹나무 안에 들어가 누군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염원합니다. 그것을 저희는 예념이라고 합니다. 염원을 맡긴다는 뜻이지요.

예념을 하는 사람은 예념자라고 합니다. 녹나무는 예념자의 그 모든 생각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보름날이 다가오면 그것을 뿜어냅니다. 그때 녹나무 안에 들어가면 그 염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혈연관계인 사람뿐이지요. 이런 편지를 남기신 것을 보면 형님께서는 어머님이 받아주시기를 원했던 것 같군요.” 야나기사와 치후네는 편지를 도시아키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신기한 얘기였다. 이런 상황이 아니였다면 괴이한 전설이라고 한 귀로 흘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노부인의 말에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그 염원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보름날 무렵에 녹나무 안에 들어가 상대에 대해 생각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어떻게 받을 것인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일단 해보십시오, 라고 할 수 밖에 없어요. 우리는 그것을 수념이라고 합니다. 염원을 받는 것이니까요”

녹나무의 비밀이 모두 나왔다!!

신비한 감각이 덮쳐들었다. 피아노를 치는 기쿠오의 속마음이 전해져오는 것이다. 도시아키의 생각이 아니다. 그건 명백히 기쿠오의 것이었다.

그 옛날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피아노 치는 게 너무 좋았고 연주 소리에 몸을 맡기면 너무도 행복했던 그때로 마음이 내달리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원통해하는 마음도 있었다. 길을 잘못 든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그 잘못이란 너무도 쉽게 음악을 내버린 것이다.

게다가 단순한 후회가 아니다. 거기에는 참회와 사죄의 마음도 포함되어 있었다.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다카코의 애정이 솔직히 성가시고 부담스러웠다.

여기까지가 기쿠오의 염원이다.

도시아키는 마치 몽상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형의 복잡한 심경이 차례차례 뇌리에 떠올랐다가 사라져갔다. 가장 강렬한 것은 어머니를 향한 사죄와 감사의 마음이었다.

챕터 24.

“그렇지요, 문답무용입니다.” 치후네는 만족스러운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니까 언어에 의한 메시지와는 다르게 속일 수도 꾸밀 수도 없습니다. 예념한 사람의 진실한 마음이 그 형태 그대로 수념자에게 흘러듭니다.

따라서 이용하는 분들의 목적으로 가장 많은 것이 유언이에요. 유언장만으로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 막연한 마음을 정확하게 전할 수 있으니까요

챕터 29.

“이따가 차로 돌아가서 후구다 씨에게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항상 하던 대로 밀초에 불을 켜고 녹나무 안에서 아버지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여태까지 감지되지 않던 아버지의 염원이 오늘 밤에는 똑똑히 내 머리에 들어왔다······.” 그리고 레이터노느 입가를 풀고 소키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떻습니까.”
“뭐요?” 소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금 제정신으로 얘기한 거에요?”
“제정신입니다.”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럴 수 가 있어!”

“그렇게 하면 되잖습니까. 수념한 내용은 비밀이라고 하면 되는 거에요. 왜 안됩니까?”
“그게 통할 리가 없죠!” 소키는 두 손을 크게 위아래로 내저었다.

“당신, 녹나무 파수꾼이라면서 기념의 의미도 몰라요? 당주가 자신의 이념이나 신념을 후계자에게 전하는 게 본래의 목적이에요. 우리 회사를 예로 들면, ‘다쿠미야 본점’의 경영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같은 거. 그것에 대해 아버지가 어떤 식으로 생각했는지, 회사 임원들이 물어보면 어쩔 건데요, 지어낸 얘기를 할 수도 없잖아요.”

“지어낸 얘기는 안 좋지만, 소키 씨가 상상해서 말하는 건 괜찮잖아요.”
“상상해서?” 소키는 미간의 주름이 깊어졌다. “어떤 걸?”

“물론 아버님의 생각을. 만일 오바 도이치로 씨가 살아계셨다면 이런 때 어떻게 했을까, 이런 때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걸 상상해보는 거에요. 소키 씨라면 할 수 있어요.”

소키는 맥 빠진다는 얼굴로 고개를 홱 돌렸다.
“무책임한 소리를 하시네. 댁이 나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안다고?”

“잘은 모르죠. 하지만 지난번에 소키 씨는 내게 많은 얘기를 들려줬어요. 아버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했지요? 설령 한 핏줄이 아닌 것이 밝혀지더라도 소키 씨를 친아들로 생각하는 마음에는 어떤 흔들림도 없다. 앞으로도 친아들로 생각하고 가르쳐줄 것은 남김없이 가르치면서 기탄없이 단련시키겠다······..

만일 그 말씀일 사실이라면 아버님의 이념이나 신념은 이미 소키씨의 몸에 속속 스며들어 있습니다. 예념이니 수념이니 하는 절차는 필요가 없어요. 적어도 아버지 오바 도이치로와 아들 오바 소키 사이에서는.”

레이토 말에 소키는 허를 찔린 듯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까지 전혀 머릿속에 없었던 생각을 듣고 큰 자극을 받았다는 건 분명했다.

나도 허를 찔렸다.

“과대평가에요. 내가 아버지를 대신할 수 있을 리 없어요.”

“그럴까요? 그렇다면 왜 아버님은 소키 씨가 수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키 씨 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수념을 허락하지 말라고 유언장에 지정해뒀을까요. 혈연관계인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그건······.”

“아버님은 믿으셨던 거에요. 설령 염원이 전해지지 않더라도 내 아들이라면 자신의 모든 생각을 이어가줄 것이라고.”

소감

챕터 20부터 몰입되기 시작했다.
추리소설을 정독해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에는 고구마를 먹는 기분이 계속 들었지만, 결국 사이다로 마무리가 되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부터 시작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항상 여운을 주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판타지적 요소가 많아서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내용같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의 대화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일반적인 가족관계를 가진 등장인물들이 없다. 가족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확실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건, 마음속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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